대상관계 이론
현대 정신분석의 주요한 진전 중 하나는 대상관계 이론의 발전이다. 대상관계 이론은 초기 아동기에 성격구조가 발달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으면 Melanie Klein을 위시하여 Ronald Fairbairn, Donald Winnicott, Otto Kemberg, Harry Guntrip과 같은 여러 인물에 의해서 발전되었다. 대상관계 이론은 오이디푸스 콜플렉스가 나타나는 남근기 이전의 어린 유아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겪게 되는 내면적 경험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갈등 경험은 자기 표상과 대상표상의 형상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상관계 이론은 고전적 정신분석에 의해서 잘 치료되지 않았던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상은 어머니를 비롯하여 개인이 관계를 맺게 되는 타자를 총칭하는 것으로서, 개인과 중요한 타인 또한 중요한 애정 대상과의 관계를 대상관계라고 한다. 멜라니클라인은 어린 유아가 어머니에 대해서 지니는 무의식적 환상을 탐구하면서 대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고픈 유아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통해서 그에 대한 충족과 좌절 경험을 하게 되며 어머니를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으로 분리했다. 좌절을 경험하는 어린 유아는 구강기 공격성을 통해서 나쁜 젖가슴을 공격하는 공상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이 박해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을 지니는 편집분열적 자리에 있게 된다. 그러나 좀 더 성장하면 좋은 젖가슴과 나쁜 젖가슴이 동일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죄책감과 슬픔을 느끼는 우울자리로 옮겨간다. 클라인은 이러한 어린시절의 대상관계 경험이 이후의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아동이 엄마와 분리되어 개별화를 이루는 과정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위니콧에 따르면,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린 유아는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느낌을 지니다가 서서히 엄마를 분리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유아는 분리불안을 경험하며 곰인형과 같은 전이대상에 집착하며 불안을 달래게 된다. 이때 유아가 안정감을 느끼며 개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마의 안아주는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심리치료에서도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듯이 치료자가 내담자와 고통과 불안을 함께하며 심리적으로 보듬고 안아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니콧은 자녀양육과 관련하여 '그만하면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는 초기 유아기에 유아의 욕구와 표현을 충분히 충족시키며 수용해주다가 점진적으로 유아에게 독립성을 부여하고 좌절에 대한 인내를 길러주는 엄마의 양육방식을 의미한다. 엄마의 양육태도에 따라 유아는 진정한 자기와 거짓자기를 발달시킬 수 있다. 진정한 자기는 몸과 마음을 통해 강요되지 않은 자발적인 생생한 느낌을 경험하면서 발달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아기의 아이가 나타내는 자발적인 감정과 표현을 엄마가 환영하고 인정해주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엄마의 바람과 요구에 순응하는 거짓 자기를 발달시키게 된다.
Kernberg는 대상관계 이론과 추동 이론을 통합하여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경계선 성격장애를 설명하고 치료하는 데 기여했다. 유아기에 아이는 엄마를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로 분리하여 표상한다. 좋은 엄마의 표상은 좋은 자기상과 여녈되며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반면, 나쁜 엄마는 나쁜 자기상과 더불어 부정적인 공격적 감정을 촉발한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이러한 분리된 표상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자신이나 엄마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는 초기의 발달과정에서 이러한 통합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분노의 감정을 통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강력한 애증의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도 이와 비슷하게 좋은 자기와 나쁜 자기의 분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이상적 자기, 이상적 대상 그리고 현실적 자기의 병적인 융합인 웅대한 자기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나타내는 것이다. Kernberg는 내담자의 전이에 초점을 맞추어 자기와 타인에 대한 왜곡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지는 전이-초점적 분석방법을 제시했다.
*출처: 현대심리치료와 상담이론, 권석만, 학지사, 제2장 정신분석 치료 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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