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심리치료와 상담의 역사
1) 심리치료와 상담의 과거
심리치료의 역사는 짧지만 과거는 길다. 인간이 심리적 고통과 불행의 치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랜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에는 인간의 심리적 문제와 장애의 원인을 나름대로 설명하는 개념체계와 그 치료방법이 제시되었다. 고대의 원시사회에서는 정신장애를 초자연적 현상으로 이해하여 귀신에 씌었거나 신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보고 귀신을 쫓거나 달래는 주술적 또는 종교적 의식을 치렀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Hippocrates(B.C. 460~377)는 정신장애를 종교나 미신과 분리시켜서 의학적 문제로 간주했다. Hippocrates는 정신장애의 치료를 위해서 주술적인 방법을 지양하고 식이요법, 심리적 안정, 성해위의 자제 등과 같은 방법을 제시하면서 정신장애는 종교인보다는 의료인이 다루어야 하는 영역이라고 주장하였다.
모든 영역이 그러했듯이, 서양의 중세는 맹목적인 기독교 신앙에 의해서 지배된 암흑시대였으며 정신장애를 지닌 사람에게도 수난의 시대였다. 중세에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발전한 정신장애에 대한 의학적 관점이 억압되고 고대의 귀신론으로 회귀하였다. 인간의 삶은 사탄과 악력에 대항하는 영적인 전쟁으로 간주되었으며 정신명자는 사탄과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규정되었다. 정신병자는 죄를 지어 하나님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라거나 마귀의 수족 역할을 하는 자로 여겨져서 종교재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마귀를 쫓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고문을 당하거나 심지어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중센의 귀신론에 근거한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던 정신병자에게 인도주의적인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18세기부터 서서히 제기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내과의사였던 Philippe Pinel(1745~1822)은 정신병자에게 인도주의적인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람이다. 1793년 프랑스 대혁명이 취몰아치던 시기에, 파리에 있는 한 정신병자 수용소의 수장으로 부임한 Pinel은 정신병자에게 채워졌던 쇠사슬을 제거하고 어두운 감방 대신 햇살이 들어오는 방에 기거하게 했으며 수용소의 뜰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직원이 정신병자를 구타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영국에서는 William Tuke(1732~1822)가 요크 요양소를 만들고 정신병 환자를 수용하여 인도적으로 치료하엿다. 미국에서는 Dorothea Dix(1802~1887)가 정신병 환자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사회적으로 호소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으며 오늘날의 정신병원 형태를 갖춘 병원이 여러 주에 세워지게 되었다. 이처럼 정신 장애를 일종의 질병으로 보고 정신장애자에게 인도주의적인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는 근대적인 관점이 인류역사에 나타나게 된 것은 약 200년 전의 일이다.
2) 현대 심리치료의 발전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귀신론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으며, 의료인들도 주로 신체적 원인론에 기초하여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 정신장애가 ㅅ미리적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심리적 원인론(psychogenesis)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1879년에는 독일의 Wilhelm Wundt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심리학 실험실을 설립하며 인간의 심리적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면서 현재 심리학의 효시를 이루었다. Wundt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초보적인 치료방법을 개발하려고 시도하엿다.
현대의 심리치료가 시작된 것은 19세기의 유럽에서였다. 인류사에서 본격적인 심리치료를 시도한 최초의 인물은 정ㅅ니분석을 창시한 Sigmund Freud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정신장애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정신분석이론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이다. 현대의 심리치료 이론은 대부분 Freud 가 제시한 정신분석으로부터 파생되었거나 그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라고 할수 있다 한때 Freud와 함께 정신분석학회를 이끌던 Carl Jung과 Alfred Adler는 각자 독립적인 이론체계를 구축하여 분석심리학과 개인심리학을 제창하고 그에 근거한 치료방법을 제시했다. 정신분석 치료를 비롯하여 무의식의 심리적 역동을 강조하는 다양한 심리치료들은 정신역동적 치료(psychodynamic therapy)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William James에 의해서 과적학 심리학이 주창되었으며 1896년에는 Lighter Witmer가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최초의 심리클리닉을 설립하여 학습장애와 행동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활동을 시작했다. Witmer는 임상심리학 (clinical pshchology)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으며 치료적 목적을 위해서 심리학 지식과 방법을 활용하고자 했다. 1920년대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문제행동을 치료하는 행동치료(behavior therapy)가 대두되었다. B.F. Skinner, Joseph Wolpe, hans Eysenck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행동치료가 발전되었으며 정신분석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1950년대까지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정신분석과 행동치료가 두 축을 이루며 발전했다. 그러나 1950년에 들어서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지니는 인본주의 심리학이 제3의 심리학으로 등장했다. Carl Rogers는 인간중심치료를 제시하면서 심리치료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Rollo May 와 Victor Frankl의 영향으로 실존주의 치료(existential therapy)가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Fritz Pearls 는 게슈탈트 치료(Gestalt therapy)를 제창하였다. 이러한 인본주의-실존주의적 심리치료는 무의식보다 의식적인 경험을 더 중시 할 뿐만 아니라 진실하고 공감적인 치료관계를 강조하는 지지적인 치료방법을 제시하였다.
1950년대의 또 다른 변화는 인지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방법들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Albert Ellis는 합리적 정서치료(RET :rational emotive therapy)를 제시했으며 Aron Beck은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를 제안하였다. 1960년에는 William Glasser가 현실치료(realty therapy)를 제시하였다. 인지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치료법들은 1970년대에 행동치료와 접목되면서 인지행동치료(CBT:cognitive behavior therapy)라는 커다란 치료적 흐름으로 발전하였다.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심리치료는 본래 정신과의사들의 주된 분야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ㅅ미리학자들은 퇴역군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심리치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임상심리학 분과가 출범하였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정신분석 치료에 참여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의 정신분석 치료자들은 의사들만이 정신분석을 할 수 있다는 배타적인 입장을 취했다. 임상심리학자인 Carl Rogers는 정신분석 치료의 대안으로 인간중심치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치료활동을 '카운슬링(counseling)'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동안 응용심리학 등으로 명칭을 바구어오던 미국심리학회의 제17분과가 1952년에 상담심리학 분과로 개칭하면서 상담심리학이라는 학문분야가 공식적으로 태동되었다. 현재 미국의 경우, 임상심리학과 상담심리학은 심리치료와 상담활동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가장 중심적인 학문분야로 발전하였다.
1970년대에는 가족치료(family therapy) 또는 체계치료(systems therapy)라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이 제시되었다. 가족치료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치료와 달리 가족 전체의 체계와 역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매우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명상법과 불교가 서양사회에 전파되면서 의식의 변형과 인간의 영적인 측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자아초월 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이 발전하였다. Ken Wilber는 다수의 저술을 통해서 자아초월 심리학의 이론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최근에는 그의 이론에 근거한 통합적 심리치료(integral psychotherapy)를 제시하였다.
*출처: 현대심리치료와 상담이론, 권석만, 학지사, 제1장 심리치료와 상담의 기본적 이해 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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