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통과 불행이라는 인간의 문제
인간은 누구나 안락과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과 불행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런데 인간이 삶은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한평생을 안락함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인간의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불행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은 학대나 차별, 부모의 갈등과 가정의 불화, 형제자매 간이 경쟁과 갈등, 학업에서의 좌절과 실패, 친구들로부터의 왕따와 괴롭힘, 육체적인 질병이나 상해, 이성관계에서의 상처와 실연, 직장에서의 좌절이나 실직, 직장동료와의 갈등과 반목, 사업이 실패나 경제적 곤란 등 수없이 많은 부정적 사간들이 인간이 삶으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만든다.
이러한 불행한 사건들은 우리의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삶의 일부분이다. 사람마다 이러한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는 시기 그리고 불행한 사건의 내용과 심각도가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과정 속에서 이처럼 고통스럽고 불행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인생의 도전과 위기를 잘 극복하면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간을 경험하면서 지우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심리적 고통과 갈등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상처와 갈등이 너무 깊거나 노래도록 지속될 경우, 인간은 여러 가지 부적응적인 행동이나 심리적 장애를 나타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심리적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가족, 친구 선배들과 상의하며 조언을 구한다. 일부 사람들은 종교인, 심지어 주술사나 역술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주변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삶 속에서 부딪히는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도움을 통해서 극복하기 어려운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문제가 매우 심각하여 주변사람들의 도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지니게 되는 경우에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게 된다.
심리치료와 상담은 이처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문제를 지닌 사람을 돕는 전문적 활동이다. 현대사회에는 심리적 문제나 장애로 인하여 개인적 고통은 물론 대인관계나 직업적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개인주의적 경향이 만연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심리적 고독과 갈등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은 심리적인 문제와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20세기에 새롭게 탄생한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2. 마음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전문 활동
1) 심리치료의 정의
심리치료(Phychotherapy)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문제나 장애를 지닌 사람을 돕는 전문적인 직업적 활동이다. 그러나 심리치료는 학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 되고 있다. 심리치료의 이해를 위해서 몇 가지 주요한 정의를 살표보기로 하낟.
Corsini(2002)에 의해 편집된 [심리학 백과사전]에 의하면, 심리치료는 “성격이론에 근거하여 사고, 감정, 행동의 바람직한 변화를 성취하기 위한 체계적 방법”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wolberg(1977)에 ᄄᆞ르면, 심리치료는 “증상을 제거, 수정, 경감하고 장애행동을 조절하며 ᅟᅳᆼ정적인 성격발달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훈련된 사람이 환자와 전문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정신적 문제를 심리학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심리치료에 관한 많은 저술을 한 임상심리학자 Garfield(1995)는 심리치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심리치료는 두 사람(두사람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그중의 한 명인 환자 또는 내담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치료를 받고자 한다. 나머지 한 사람은 필요한 치료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치료자이다. 이러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제스처, 동작, 표정, 감정표현을 통해서도 이루어 지지만 주로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치료자와 내담자로 하여금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심리치료이다.” (Garfield,1995, p. 9)
심리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체계가 가장 잘 이루어진 독일에서는 심리치료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정의를 제시하고 있다. Senf와 Broda(1996)는 다양한 심리치료학파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단일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심리치료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하였다.(윤순임, 1999, 재인용). 심리치료는 “공적인 국가보건제도의 규칙과 범위 내에서, 학문적인 기초가 있고 경험적으로 검증된 병리이론과 치료이론에 근거해서 효과적인 절처와 방법을 사용하여 신뢰성 있는 진단이 내려진 후 공식화된 치료목표하에 공인된 자격을 갖춘 전문적인 심리치료자의 의해 실시되며, 윤리적인 규범과 규칙에 따라 심인성 질병과 장애를 지닌 환자를 치료하는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는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학문적, 법적인 규제 아래 인격적인 관계속에서 윤리적인 규범을 지키며 이루어지고 있는 심리치료의 측면을 강조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2) 심리치료와 상담.
상담(Counseling)은 심리치료와 매우 유사한 활동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치료와 상담이라는용어가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치료는 병원과 같은 임상장면에서 비교적 심각한 심리적 문제, 즉 심리장애나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을 치료하는 활동을 지칭하는 반면, 상담은 학교나 기업과 같은 비임상장면에서 비교적 심각성이 경미한 심리적 문제나 적응 과제를 돕는 활동을 지칭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상담이라는 용어가 다양한 영역의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 활동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교육상담, 진로상담, 직업상담뿐만 아니라 법률상담, 재무상담, 부동산상담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상담이라는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서로 만나 대화를 통해 의논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상담은 도움을 주고 받는 모든 일상적 대화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ᄄᆞ라서 이러한 상담활동과 구별하여, 심리저 문제나 장애를 극복하도록 돕는 전문적인 상담활동은 ‘심리상담’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상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들이 하는 상담활동은 심리치료라고 칭하고 상담심리학자들이 하는 치료적 활동은 심리상담이라고 칭해왔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임상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들이 임상장면에서 자신이 하는 치료적 활동을 심리상담이라고 지칭할 뿐만 아니라 상담심리학자 역시 자신의 활동을 심리치료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컨대,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심리적 고통과 불행을 완하하고 나아가서 심리적 성장을 촉진하는 전문적 활동을 모두 심리치료 또는 심리상담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특히 “국가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단체로부터 전문적 요규과 훈련을 받고 규정된 심사과정을 통해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이 심리적 문제나 장애를 지닌 사람을 돕는 정문적 활동”의 경우에는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이라는 용어를 구별 없이 호환적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3) 심리치료와 상담의 전문가 집단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은 정신건강 증진활동으로서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이 시행하고 있다. 예컨대,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정신과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등과 같은 다양한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분야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그들의 교육과 훈련 배경에 ᄄᆞ라 구분되는 경우가 많으나 활동영역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서 명쾌한 구분이 쉽지 않다.
심리치료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느 학문분야는 정신의학이다. 정신의학은 의학적 모델에 근거하여 정신장애를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한 전문뷴야이다. 정신과 의사는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가장 주된 전문가 집단으로서 20세기에 심리치료가 발달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들어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생물의학적 입장에 근거한 정신병리 이론과 야굼ㄹ치료에 치중하면서 심리치료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은 정신장애에 대한 평가 및 진단과 더불어 심리치료를 주된 역할로 수행하는 정진건강 분야이다. 임상심리사는 정신과 병원에서 정시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련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심리진단, 심리치료 및 예방, 그리고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에서 국가가 공인하는 정신보건 임상심리사 자격증과 한국심리학회에서 공인하는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 제도가 시해오디고 있다.
상담심리학은 정상적인 적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적응문제(예:진로 및 직업문제, 학업문제, 경미한 심리적 문제 등0의 해결을 도와주는 심리학이 한 분야이다.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근래에는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많은 상담심리사들이 심리장애의 치료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 없이 상담심리사 또는 심리상담사라는 명칭의 자격증을 남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심리학회에서 공인하는 상담심리사 자격증이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역시 가장 높다. 이 밖에도 최근에 설립된 한국상담학회에서도 2010년부터 전문상담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사회복지학 분야에서는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사회환경적 요인에 주된 관심을 지니며 치료과정에서도 가족과 지역사회의 사회환경적 개입을 하는 정신건강 전문가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가족치료를 위시한 심리치료와 심리상담 활동에 참여 하고 잇다. 정신보건 간호사는 주로 정신병동이나 정시놉건센터에서 정신장애 환자들을 돌보고 간호하는 일을 담당하는 전문 간호사로 보건복지부에서 정신보건 간호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정신보건 간호사들도 정신장애 환자를 간호하는 일과 더불어 심리치료와 심리상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현대심리치료와 상담이론, 권석만, 학지사, 제1장 심리치료와 상담의 기본적 이해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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